의림지 호수를 둘러보려는 사람 대부분 산책로 전체를 걸어야 한다고 착각한다. 세 바퀴 돌고 나면 다리 아픈 건 둘째 문제고 시간 낭비가 심하다. 수변 전역을 구석구석 밟아본들 얻는 정보 밀도는 처참하다. 제천의 옛 풍류를 읽으려면 산책로를 다 돌 필요가 없다. 동북쪽에 자리한 본석각부터 낙선암까지 짧은 구간에 의림지가 품은 역사가 전부 압축되어 있다. 굳이 호수 전체를 다독거리는 비효율적인 행동은 즉시 멈춰라.
이 소규모 거점은 조선 중기 선비들이 택한 絶佳의 강호다. 산천의 지세를 해석하고 수변에 음지와 양지를 배분하는 지혜는 돌계단과 누각의 방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본석각에 올라 북쪽 물길이 굽이치는 형상을 추적해보면 이 터가 왜 천 연대 선비들의 점포경계 장소로 취급되었는지 증명된다. 남들이 찍는 뻔한 전망대 사진이 아니라, 구조물의 배치가 품는 의도를 읽어내야 값 비싼 차비와 시간이 남는다.
정석 루트는 단순하다. 제천 시내 방향에서 의림지로 진입하자마자 본석각으로 오른다. 누각에 올라 주변 수목과 물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라. 이후 갈림길에서 안쪽 길을 타고 낙선암 방면으로 이동하면 된다. 중간중간 박물관 발길이 끌리거나 보트장 주변을 기웃거리는 단계는 전부 단절해라. 봄 개화기나 늦가을 단풍기가 아니라면 수변 외곽 산책은 투자 대비 효용이 전무하다.
낙선암은 높이가 낮아 간과하기 쉽지만 의림지의 생태와 풍경을 내려다보기 가장 쾌적한 지점이다. 마냥 오래 머물 필요도 없다. 돌계단을 이용하는 순서를 놓치지 말고, 거기서 즉시 하산하라. 넉넉히 잡아 한 시간 안에 공략을 끝내고 제천 도심으로 복귀하는 것이 정답이다. 부질없는 완전 일주를 계획하고 있다면 방침을 수정하라. 불필요한 동선 반복은 제천 여행의 효율만 갉아먹을 뿐이다.